로그인 회원가입 홈으로 contact us 사이트맵
산타축제
제목 1평 구둣방엔 '가난한 천사'가 살고 있었네 날짜 2016.04.05 10:20
글쓴이 운영자 조회 658
장애인 구두수선공 강상호씨 안타까운 죽음에 주민들 애도?

가정형편 어려워 중학교 포기, 낮엔 구두닦이 밤엔 때밀이로…

동네 할머니 생활비 돕기 위해 새벽에 폐지 모으러 나섰다가

음주운전 화물차에 치여…

"늘 성실히 일하시던 모습 보기 좋았었는데…"

닫힌 구둣방엔 추모 글 붙어

?

"친구! 당신의 삶에 대한 의지는 우리들의 본보기였소!"

?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지하철 9호선 당산역 인근에 컨테이너박스로 만든 1평 남짓한 구둣방.

닫혀 있는 검은 셔터 위로 고인(故人)을 기리는 추모 글들이 20여개 붙어 있었다.

"항상 웃음 잃지 않으시던 아저씨, 감사했습니다."

"늘 성실히 일하시던 모습, 보기 좋았었는데…."

이 구둣방을 30년 넘게 운영하다 지난 13일 새벽 교통사고로 사망한

강상호(58·사진)씨를 기리는 추모사(追慕辭)였다.

? 2016033000336_0.jpg

강씨의 50년 지기(知己) 이주이(56)씨는

"365일 열려 있던 구둣방 문이 닫혀 있는 걸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부고(訃告)를 붙였는데,

이 친구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단골손님과 지인들의 추모글이 하나둘씩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강씨는 10평짜리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가난한 천사'였다고 한다.

그는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아 왼팔과 왼 다리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한 이후 그는 낮에는 구두닦이로,

저녁엔 목욕탕 때밀이로 악착같이 일했다.

1980년대 초반 지금의 자리에 구둣방 문을 연 후 30여 년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오후 4시에 출근해 새벽 1시까지 구두를 만졌다.

? .2016033000336_1.jpg

28일 서울 당산역 앞 컨테이너 구둣방 앞을 행인이 지나고 있다. 내려진 셔터엔

이곳에서 구둣방을 꾸렸던 강상호씨가 지난 13일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글이 붙어 있다.

/성형주 기자

?

그의 구둣방 한 달 수입은 30만~4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으로 매달 나오는 160만원을 합쳐도

정신지체를 앓는 아내와 아들(29)을 부양하기 쉽지 않았다.

그는 겨울엔 부업으로 구둣방 옆에서 군고구마와 군밤을 팔았고,

벚꽃 필 무렵엔 공휴일 아침 일찍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 나가 음료수와 뻥튀기 장사를 했다.

친구 이씨는 "저렇게 살면 몸이 축난다고 주변에서 걱정할 만큼 정말 악착같이 살았다"고 말했다.

?

강씨가 친구들의 존경을 받았던 것은 남의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못하는 착한 천성(天性) 때문이었다.

그는 새벽 1시에 구둣방 문을 닫으면 서너 시간 동안 삼륜(三輪) 오토바이를 타고

폐지와 폐품을 주우러 동네를 돌아다녔다.

이렇게 모은 재활용품은 모두 같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유모(71) 할머니에게 드렸다.

정신지체 아들과 단둘이 사는 유 할머니는 "강씨가 모아다준 폐품을 고물상에 팔고 받는 돈이

우리 가족의 생명줄이었다"고 말했다.

?2016033000336_2.jpg

구둣방엔 강씨를 그리워하는 메모도 붙었다. /성형주 기자




?

지난 13일에도 강씨는 재활용품을 모으러 오토바이를 타고 나섰다가 새벽 2시쯤

음주운전 화물차에 치였다. 강씨의 오토바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졌고,

강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고를 수습하러 온 친구들은

"착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나다니…"라며

"요양병원에 계시는 강씨 어머니께는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했다.

?

강씨를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환한 미소를 떠올렸다.

구둣방 바로 옆 아파트의 주차관리원 이모(66)씨는

"출근하면 강씨가 먼저 웃으며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서 건네주던 게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씨의 이웃들은 "강씨는 평소

'베풂은 꼭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선행이 아니다'고 했고,

실제 자신의 말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

.

?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등록
목록 쓰기